INTERVIEW II.

대표이사 인터뷰

사업다각화의 씨앗을 뿌리는 김휘중 대표이사

100년 기업을 향해 패러다임을 전환하다

1980년대부터 SJM은 세계화 전략을 세워나갔다. 남들보다 먼저 해외시장을 개척한 SJM은 어느덧 8개 해외법인을 운영하고 있다. 현지화를 중심으로 단단한 글로벌 네트워크를 갖춘 SJM은 이제 사업다각화와 지속가능성을 위한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다. 글로벌 강소기업 SJM을 100년 기업으로 키워가기 위해 김휘중 대표이사는 경쟁력의 성장 속도를 조금씩 높이고 있다.

김휘중 대표이사 이미지
현지화를 통한
해외시장 성장전략

2013년 SJM은 새로운 선장을 맞았다. 창업부터 기업을 키워온 김용호 회장이 경영으로부터 한 발짝 물러나고, 김휘중 부사장이 대표이사에 취임하며 전환의 시대를 맞았다. 새 선장은 넓이보다 깊이에 집중했고, 성장과 함께 내실을 다지는 데 몰두했다. 선택과 집중은 또 하나의 경영 키워드였다. 해외시장 확대의 첨병으로 현지법인의 설립과 동시에 성장세에 속도를 붙였다.

Q SJM에서 경영수업을 받다가 2013년 대표이사에 선임됐습니다. 당시 기억을 되돌려보면 책임과 기대감 중 어느 것이 더 강했나요?
A 국내에서는 벨로우즈 전문기업으로 단연 최고의 위치에 있었습니다. 해외에서도 세계적인 부품업체들과 치열하게 경쟁하며 정상을 넘보고 있었죠. 임직원 모두 기술력만 놓고 보면 우리가 최고라는 자부심이 있었습니다. 당연히 기대감보다 책임감이 컸습니다. 구성원과 조직의 역량을 강화하고 고객사의 요구를 만족시켜야 한다는 생각이 머리를 떠나지 않았습니다. 규모적인 측면에서 성장하고 상장사답게 사회적 기여에도 관심을 기울여야 했죠. 국내 조직과 해외 네트워크를 이끌고 나가야 하는 경영자 입장에서 늘 막중한 책임감을 지니고 있죠.
Q 언론과 주식시장, 관련 업계에서는 SJM를 ‘글로벌 강소기업’이라고 표현합니다. 이런 회사를 이끌어온 지 10년이 넘었습니다. 그간 이루지 못해 아쉬운 점이 있을까요.
A 경영을 맡고 나서 3~4년 동안 정신없이 바빴습니다. 내부적으로 조직을 안정시켜야 했고, 외부적으로 글로벌시장을 확대해야 했거든요. 당시 SJM은 한창 성장기에 들어서서 한 단계 올라서야 할 시점이었습니다. 성장해야 할 때 성장하지 못해 한동안 후유증을 앓았습니다. 내실을 다지면서 사업다각화를 진행하지 못한 것이 못내 아쉽습니다. 그래도 워낙 탄탄한 기술력을 갖고 있어 기존 사업을 유지하는 데는 어려움이 없었습니다. 해외법인도 제 역할을 묵묵히 수행하며 시장 점유율을 높였습니다. 그 덕분에 글로벌시장에서 ‘넘버 3’였는데 이후 ‘넘버 2’ 수준까지 올라왔다는 평가를 들었죠.
Q 해외법인 성장은 여느 기업보다 이른 글로벌시장 진출과 연관이 있습니까?
A 1980년대부터 세계화 전략을 수립하고 1991년 첫 해외법인으로 말레이시아법인을 설립하면서 현지화를 일찍 시작한 덕분에 SJM의 경쟁력이 높아졌습니다. 특히 말레이시아는 합작법인으로 시작했습니다. 합작법인으로라도 해외에 진출하는 게 사실 큰 결정인데 당시 회장님이 과감하게 하셨지요. 그게 기반이 돼서 우리가 경험을 쌓았고, 그 경험을 가지고 그다음부터 100% 단독법인을 시작한 거예요. 이 경험이 없었다면 남아프리카공화국법인이나 이후에 설립된 해외법인도 어렵게 접근했을 거예요. SJM이 글로벌시장에서 인정받기도 쉽지 않았을 것입니다. 8개 해외법인으로 구축한 글로벌 네트워크는 지금 우리의 가장 단단한 성장동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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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단순히 시기만의 문제는 아니고, 해외법인의 성공 비결이 있을 것 같습니다.
A 가장 먼저 현지화 전략입니다. 우리 기업 대부분이 해외법인을 설립 하면 우리나라 사람이 대표를 하고, 그 아래에 현지인을 둡니다. 우리는 현지인 대표를 원칙으로 삼고 있습니다. 그만큼 권한을 많이 준다는 뜻입니다. 현지화라 하면 현지에 맞는 경영 스타일을 인정 하고, 그들을 통해서 운영하도록 하는 것입니다. 본사는 전략적인 기획을 하고 전체적인 그림만 그려주는 것이죠. 세부적인 운영은 현지에 맡깁니다.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이런 전략이 성공을 거두면서 이후 설립된 해외법인에도 적용했습니다. 무엇보다 시스템과 신뢰가 기반이 되어야 합니다. 그리고 해외법인을 설립하면 국내에서 설비를 완벽하게 표준화해서 만들어 현지에 전달합니다. 즉 생산과 제조시스템에 대한 책임은 본사가 집니다. 현지에서는 경영만 잘하면 되는 기반을 제공하는 것입니다.

SJM은 사업기반인 벨로우즈로 성장동력을 창출하는 것 말고도 시장 변화에 대응한 신기술 개발, 사업다각화를 통해 기업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우선 미래를 위한 투자로 전기차 부품 스타트업인 엠에이치기술개발을 선택했다. 이후 2021년 말에는 엠에이치기술개발의 최대주주 지위를 얻어 경영권을 인수했다. 사업영역과 연구개발도 친환경과 첨단기술을 슬로건 삼아 이해관계자들에게 다가가는 전략을 수립했다.

Q 엠에이치기술개발 인수는 사업다각화의 선언과 같은 의미로 받아들이면 될까요?
A 엠에이치기술개발은 2016년 설립돼 전기차 모터 및 배터리 냉각 기술에 장점을 가진 스타트업입니다. 잘 개발한다면 다음 세대의 아이템이 될 수 있기에 이 제품을 개발하던 기업을 인수했습니다. 이에 따라 신규 사업 분야로 전기차 모터와 전력변환장치의 냉각부품, 배터리용 냉각부품 사업 등을 추가하고 관련 기술개발에 있어 정부 지원금과 세제 혜택과 같은 인센티브를 지원받을 수 있는 기반도 마련했습니다. 벨로우즈와 비교하면 아직 미미한 수준이지만, 모빌리티 시대에 활약이 기대되는 아이템이라고 생각합니다.
Q 결국 사업다각화도 중요하지만 벨로우즈 관련 사업확장이 경영의 상수로 보입니다. 한국항공우주산업(KAI)하고 업무협약을 체결하기도 했습니다.
A 사실 SJM이 가장 높은 관심을 가진 분야가 항공산업입니다. 규모로는 미국이 가장 큰 시장이고, 국내에서 그 시장에 대한 경쟁력을 갖춘 곳은 KAI입니다. 우리도 2025년부터 부품을 공급할 계획입니다. 기존의 부품사업이 내놓은 길을 따라 이를 기반으로 해외 진출을 노릴 것입니다. 항공우주 분야는 시장이 광범위하기 때문에 결코 놓칠 수 없는 차세대 먹거리입니다. 이 외에도 선박용 제품을 더욱 확대할 계획입니다. 국내 LNG 선박과 관련한 거의 모든 기업과 거래를 하고 있습니다.
Q 첨단 부품의 기술개발과 사업다각화 등 변화와 혁신을 추구하고 있습니다. 가깝게 10년 후 SJM은 어떤 기업으로 변모할까요?
A 우리는 벨로우즈 생산과 기술개발이 주업이니 R&D와 엔지니어링에서 다른 기업과 차별화된 고객 경험과 기술력을 가진 회사가 되는 데에 주안점을 두고 있습니다. 또한 친환경 전기차뿐 아니라 자율주행차 등 새로운 모빌리티 차량에 대응한 부품을 만들고, 항공우주 분야에서도 상당한 성과를 낼 것입니다. 특히나 우주항공은 10년 내에 우리가 무조건 진입해야 하는 시장입니다. 이와 별개로 자산운용을 기반으로 한 금융전문 그룹을 만드는 것도 미래의 그림으로 보고 있습니다. 이 모든 변화는 급격한 혁신이 아니라 안정감과 수익성을 기반으로 이뤄질 것입니다. 시간이 걸려도 주주와 직원이 신뢰할 수 있는 경영을 해야 합니다.
새로운
선택과 집중은
사업다각화
지속가능성을
위한 ESG 경영

SJM은 2023년 CSR 보고서를 자체 발간했다. 특히 ESG 활동을 한층 고도화하고 제3자 검증을 통해 관련 ESG 정책, 활동, 성과에 대해서 객관성과 신뢰성을 한층 업그레이드했다. 기업시민으로서 사회적 책임을 다하겠다는 의지인 동시에 지속가능한 경영을 확보하기 위한 결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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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최근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출간했습니다. 준비한 배경을 설명해주세요.
A ESG 이전에 CSR이 있었습니다. 요즘은 고객사들이 이를 꼼꼼하게 요구합니다. 얼마나 안전한 환경에서 경영하는지를, 이 상태가 잘 유지되는지를 보는 것이죠. 그런 이유도 있지만, 계속해서 이렇게 경영을 이어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50년 된 기업이고, 100년을 향하는 기업이기에 우리의 역량을 재점검하고, 사회적으로 요구되는 기업의 자질에 대해서도 선제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런 의미를 담아서 ESG 보고서를 냈습니다.
Q ESG 경영을 어떻게 세분화하고, 구체적으로 무엇을 더 진척해나갈 것인지 계획이 있을까요?
A ESG에서 요구되는 사항이 꽤 많습니다. 그것을 따져보면 유지하거나 개선해야 할 시스템이 꽤 많지요. 이런 것을 잘 맞춰가면서 미래에 대한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이 기준에 부합해야 고객사와 거래가 유연해지고 해외활동이 원활해집니다. 이러한 의무를 다른 제조업 분야에 비해 조금 더 빨리 준비하고 있습니다. 해외법인이 많지만 현지화를 유지해야 하는 이유가 또 있습니다. 여기서 수출하면 먼 거리를 이동해야 하니 환경 이슈가 발생합니다. 탄소배출량 같은 것이요. 그러니 현지에 법인이 있어야 합니다. 이러한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면 납품할 수 없으니까 필수를 넘어서 생존 요인이 된 것입니다.
Q 사사 편찬은 ESG 경영과 직접적 연관은 없지만, 지속가능성에 대한 고민이라는 공통점은 있는 것 같습니다.
A 30년사를 만들었고, 이제 50년사를 만들고 있습니다. 지난 20년 동안 아이템이 늘어서 기록할 게 많았다면 더 좋았겠지만, 직원들과 함께 우리가 만든 역사를 돌아보고 같이 정리하면서 미래를 설계하려면 50년을 맞은 지금 이 시점이 중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하나의 이정표지만 버팀목이기도 합니다. 사람이 의식하는 대로 행동하게 되니 계속 의지를 갖고 생각하면서 사는 게 중요합니다. 우리의 역사는 우리가 강소기업이라고 말합니다. 그리고 그 기록은 새로운 기회를 열 힘을 줄 것입니다. 다음 사사에서는 우리가 어떤 기록을 더 할 수 있을지도 끊임없이 고민해야 합니다. 이런 생각을 사사에 담고자 했습니다. 그게 사사의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임직원 모두의 마인드를 잡을 수 있는 계기가 되는 것입니다. 나중에 자리를 만들어서 공유하고 깊이 있는 성찰의 시간도 가지면 좋을 것 같습니다.